Y-Review

[Single-Out #494-5] 영파씨 「XXL」

영파씨 (Young Posse) 『XXL』
19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3
Volume EP
장르
레이블 디에스피미디어, 비츠 Ent.
유통사 카카오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브랜뉴뮤직 소속으로 활동했던 힙합/알앤비 트리오 팬텀의 멤버 키겐이 설립한 비츠 엔터테인먼트와 디에스피미디어가 합작한 힙합 걸그룹 영파씨의 EP 2집 『XXL』의 타이틀곡. 1990년대에 가요를 들었던 이들이라면 이 곡을 듣자마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1995)의 리듬과 비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물론 서태지가 당대에 활용한 레퍼런스를 생각한다면 Cypress Hill을 위시한 1990년대 웨스트코스트 힙합/갱스터 힙합을 떠올리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오마주(또는 레퍼런스)를 펼치다 보니, 창작력에 대해 비판이 앞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영파씨의 이 곡은 정말로 정직하게 그 시대의 정서를 그대로 끌어오면서 오히려 ‘힙합을 하는 K-POP 걸그룹’이 아니라 "걸그룹이 하는 ‘힙합’"의 명분을 지혜롭게 끌어왔다. 현 시대의 힙합에서는 거의 듣기 힘든 이 거친 드럼 비트 샘플과 묵직한 베이스 리듬의 원초적 힘은 다섯 멤버들의 (아직은 덜 성숙했지만 그래도 힙합의 본질을 지키는) 라임을 제대로 받쳐준다. 데뷔곡 「Macaroni Cheese」(2023)이 완전한 랩으로만 이뤄진 트랙이어서 오히려 일부 심심한 요소가 많았다면, 이 곡에선 적절한 보컬 파트의 배치가 과거의 단점을 착실하게 메워준다. 분명 그들은 다른 걸그룹들이 그간 시도는 했지만 제대로 가지 못했던 그 길을 K-Pop 시스템 속에서 꽤 세련되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곡은 영파씨의 커리어에 있어 전작보다 분명히 더 많은 범위 – 국힙의 팬들부터 아이돌 팬들까지 – 의 지지자들을 만들어줄 매우 치밀하면서도 영리하게 계산한 전략의 결과물이 분명하다. ★★★☆

 

[유성은] 동명의 미국 힙합 매거진 《XXL》을 제목으로 삼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에서 올드힙합의 뉘앙스를 가져왔다. 곡이 중반부에 접어들면 H.O.T의 「전사의 후예」(1996)나 페노메코가 최근 발표했던 「X」(2023)의 붐뱁 사운드가 들려오고, 후렴부에서는 멤버들의 합창하는 목소리가 공명을 이루며 진취적이고 발랄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레드오션 그 자체인 K-Pop 걸그룹 시장에서 연속적으로 올드스쿨 힙합 리바이벌을 구사하며 영파씨만의 독자적 컨셉을 공고히 하는데, 멤버들의 랩핑엔 "리구개청 는없 수할 상예 (예상할수없는 청개구리)", "중2인데 병은 아니라고", "남들이 하는거 따라할거라면 뭐하러 예술을 하냐고" 등 재기발랄함이 수북하다. Emily Dickinson의 「A Light exists in spring (봄에는 빛있네)」가 읊조린 것처럼, 봄에는 '한 해 중 다른 계절엔 없는' 어떤 빛이 존재한다. 영파씨의 음악에도 봄의 빛을 반짝반짝하게 수식하는 뻔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기운이 있다. ★★★☆

 

[정병욱] 은근한 뉘앙스의 차용이 아닌 노골적인 올드스쿨의 천명으로 분위기 반전에 일단 성공했다. 전작에 주로 인용한 저지클럽과 드릴 바탕의 힙합 사운드, 콘셉트를 두고 오갔던 엑스지(XG)와의 소소한 유사성 논쟁이나 「Macaroni Cheese」(2023)로 발발한 선정성 논란은 이제 별 상관이 없을 듯하다. 「XXL」은 분명 노림수가 괜찮은 싱글이다. 올해 초 에스파의 「시대유감」 리메이크에 이어 「Come Back Home」을 오마주한 비트와 안무를, 90년대 말 1세대 아이돌의 힙합 스타일과 접목해 영파씨의 정체성과 지향을 설득한다. 시원시원한 드럼 비트 위 귀여운 댐핑이 느껴지는 랩 파트와 멤버 전체의 샤우팅, 초반부에 단 두 차례 등장하는 평범한 걸그룹 스타일의 이질적인 싱잉 벌스가 의외로 잘 어우러져, 신나기도, 멋지기도 하다. 다만 ‘우리도 이렇게 랩할 수 있어’를 단순한 템포 변환만으로 때려 박은 랩 파트가 곡의 중심을 이룸에 따라 곡에 담을 수 있는 미학이나 재미 포인트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욕심을 덜어낸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엑기스가 중요한 미니멀리즘 트랙이 되기엔 곡의 상당수가 오마주와 차용이라는 게 아쉬울 수도 있다. 이벤트성 싱글이 아닌 엄연한 EP의 타이틀곡이니까.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XXL
    키겐, 릭브릿지스
    키겐, 릭브릿지스
    키겐, 릭브릿지스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50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