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94-1] 고영열 「어사출도」

고영열 『춘향』
12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4.03
Volume 3
장르 크로스오버
레이블 워너뮤직코리아
유통사 워너뮤직코리아
공식사이트 [Click]

[이아림] 크로스오버 장르에서는 악기 자체의 개조부터 재편성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악과 양악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고영열의 『춘향』 역시 북이란 국악기와 피아노, 플루트, 첼로 연주가 어우러지며 크로스오버임을 표방한다. 다수의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는 음악은 국악의 전통성을 타개하고자 양악과의 경계를 흐리며 조화를 이룬다. 그가 ‘이스턴모스트’의 명의로 선보인 「Love Song (사랑가)」(2016)나, ‘라비던스’로 발매한 「이별가」(2020)가 국악을 베이스 삼고도 각각 현악과 중창의 어울림을 보여준 것이 그 예시이다. 그에 비해 『춘향』은 소리꾼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함으로써 국악 특유의 예스러움을 강조한다. 이는 판소리를 아는 이에게는 재기발랄한 도전으로, 모르는 이에게는 신세계의 포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이미 「사랑가」(2017)와 같이 피아노 연주와 창을 결합한 음원을 발매하며 ‘피아노 병창’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창작의 측면을 강조했던 전작 『초월』(2021)과 달리 고영열이 손꼽은 눈대목(판소리의 중요한 대목)으로 구성된 『춘향』은 모든 곡이 전통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춘향가’에 기반하고 있어 기성 곡의 포맷을 따른다. 이를 반증하듯 각각의 트랙은 한자어의 사용과 아니리의 수록으로 판소리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나, 그는 편곡을 통해 답습이 아닌 변주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타이틀 「어사출도」는 이몽룡이 암행어사임을 밝히는 대목으로, 탐관오리의 허둥대는 모습을 통한 해학과 더불어 남루하던 등장인물의 속성 및 분위기의 반전을 꾀하며 이야기의 절정을 구현하는 곡이다. 가사를 살펴보면, 동편제에 기반한 김세종제 춘향가 사설과 가장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JTBC 팬텀싱어3》(2020) 출연 당시 "목소리는 베이스, 음역대는 테너"라고 말한 것과 같이 타고난 음색으로 인해 곡은 단조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계면조가 중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동편제와 서편제의 특성이 고루 섞인 독특함은 그의 스승이 만정제를 계승한 조주선 명창이라는 사실과 함께 섬세하고 우아한 고영열표 춘향가가 만정제를 답습한 양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영열의 묵직한 무게감은 결을 달리하고, 동초제에 비하면 명료하다. 피아노 연주 자체는 류이치 사카모토(坂本龍一), 히사이시 조(久石讓) 등이 떠오르는 유려한 서정성을 표현하고, 「어사출도」도 멜로디를 통해 계면길을 강조한다. 그러나 바리톤과 같은 중후함은 자진모리장단과 함께 이몽룡의 등장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어 우조의 특성을 드러낸다. 특히, 쾌활함을 불어넣으며 태평소의 역할을 대리하는 듯한 플루트와 드럼 비트처럼 들리는 북소리가 인상적이다. 목소리 하나로 발림이 상상되는 힘이 좋으며 현시점에서 가장 간략하게 정제한 춘향가를 들려주는 음반이다. 제에 따라 완창의 시간이 상이하며 총 대목이 80여 가지인 만큼 듣기에 따라 그가 선정한 눈대목이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개의 트랙이 주는 위압감과 또렷한 전달력은 분명한 장점이다. ★★★★

 

[조원용] 피아노와 판소리를 함께 선보이는 고영열이 판소리 《춘향가》의 중요한 대목을 선별하고 편곡하여 자신만의 ‘춘향’을 연주한다. 「어사출도」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춘향가의 서사적, 음악적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몽룡이 어사로 출두해 위기에 처한 춘향을 구하는 대목이다. 이런 긴박함을 플루트가 피리처럼 날카롭게 흔들거리는 뉘앙스를 그려내고 북과 피아노는 곡의 초반부터 나란하게 강한 비트를 만들면서 가창한다.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소리는 피아노와 소리를 한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곡 중반부 ‘항우의 음아질타 이렇게 무섭든가?’부터 피아노가 고영열의 소리와 함께 강약을 조절하면서 짧은 음을 툭 툭 던지는데, 이 어우러짐에는 이질감이 없다. 서사와 함께 가는 곡의 흐름은 하나처럼 유기적이고 고영열의 소리도 기복 없이 탄탄하다. ★★★☆

 

[차유정] 하나의 이야기를 토대로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먼저 시작된 그 무엇의 속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춘향전 중 어사출두 대목이란 원래 고수와 소리꾼의 대결 혹은 줄다리기처럼 팽팽한 지점이 있지만, 실타래를 달리 풀어내어 다른 소리와 동행하는 방식으로 미묘하게 어긋난 끌림을 전해주는 요소를 배가시킨다. 다만 피아노나 플룻의 화답 자체가 판소리의 음정과는 엇박자가 나는 부분이 교묘하게 뒤틀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큰 시너지로 다가오진 않는다. 덧대는 효과를 주는 새로운 시도라는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0
    어사출도
    미상
    고영열
    고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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