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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대는 구호물품 :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OVerdrive Philosophy』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Overdrive Philosophy) 『OVerdrive Philosophy』
91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2
Volume EP
장르 블루스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2000년대 이후 발매된 음악을 관통하는 특징은 장르와 무관하게 음압을 크게 끌어올린 믹싱과 마스터링 덩어리 사운드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개별 악기를 나눠서 녹음하고 각각을 매만진 후 음압을 끌어올려 믹싱을 하고, 이렇게 믹싱된 소리를 다시 매만진 후 가청 공간 가득 음압을 끌어올리며 마무리하는 마스터링. 음악 전용 스피커나 헤드폰에서 스마트폰 스피커나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다수가 된 현재의 청취 환경에서 멀티 레코딩과 빵빵한 음압의 믹싱·마스터링은 제작자의 처지에서 보면 꽤 당연한 선택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운드 만듦새가 취사선택의 영역에서 필수적인 지점이 되면서부터 음악듣기는 점점 귀에 미안한 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완전한 연주의 빵빵한 음압에 압도되었지만, 언젠가부터 그게 재미없어졌다. 음악은 사람과 악기(전기장비를 포함)가 교감하는 일이라지만, 이제 교감이 만드는 관계의 끓어오름과 가라앉음의 굴곡이 자아내는 매력은 사라지고 있는 듯 싶어진다.

그런데, “불세출의 보컬리스트” 박근홍과 기타리스트 리치맨, 베이시스트 백진희, 드러머 강성실 네 사람은 이러한 “당연한” 현실을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이하 오버필)은 청파동에 위치한 라이브클럽 블루스시어터에서 원테이크로 녹음한 음원을 발표했다. 원테이크라 하더라도 믹싱 과정에서 개별 악기 소리를 매만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몇 가지 미세한 조정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각자의 앰프에 마이킹을 한 소스라 하더라도 원테이크 합주 과정에서 다른 악기 소리가 타고들어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반적인 스튜디오 트랙이라면 지우고 다시 녹음했을 실수나 잡음, 미세한 어긋남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버필의 선택은 2022년 대중음악 녹음 관행에 비춰보면 무모하게 보일 정도다.

더군다나 이 상황에서 가장 불리한 것은 보컬리스트다. 일반적으로 강약을 살린 노래의 맛을 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믹싱 과정에서 녹음된 소스를 키우고 깎아내서 듣기 좋게 조정한다거나 공간감을 부여할 수 있는 여러 효과를 더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테이크를 지향하는 재즈 같은 경우도 보컬 트랙만큼은 따로 녹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오버필은 이런 잔재주를 아예 정면으로 거부한다. 노래의 맛을 살리는 보컬리스트의 기교를 부풀릴 장치도, 모든 악기 소리의 오버 더빙이나 재녹음과 같은 보정을 생략했다. 지난 10년 사이 발매된 한국 록 음반 중 가장 거친 소리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당연했던 그 완벽하게 튜닝하고, 효과를 입힌 후 음압을 올려 마감한 그 완벽한 소리에 질려서인지 이 텅텅대는 목소리와 연주가 감동과 매력으로 다가온다.

재즈를 제외하고 원테이크의 매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Stax, Atlantic, Chess 같은 1960년대 소울, 블루스 레이블의 작품들일 것이다. 그래서 오버필은 블루스에 기초한 하드록으로 승부를 본다. 리치맨의 기타는 펜타토닉 스케일에 올인한 블루지한 록 기타 연주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베이스는 밴드 지향과 자신만의 음악을 동시에 짚는 자유로운 연주를 여유롭게 펼쳐낸다. 베이스의 폭넓은 연주 덕분에 드럼 또한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앨범 전체를 통해 드럼의 리듬감이 귀에 들어온다면, 반드시 드럼의 활로를 열어주는 베이스 연주도 챙겨들어보기 바란다. 

번쩍대는 악기들의 향연을 짙고 우울한 정서로 덮어내는 박근홍의 목소리는 오버필 멤버 중 가장 날 것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꺼끌대는 울부짖음과 한숨과도 같은 섬세한 팔세토를 마구 쏟아내는 이 날 것의 과잉은 깊은 벤딩과 비브라토를 쏟아내는 기타 연주와 만나 수록곡 모두를 처절한 록으로 승화되고 있다. 블루지한 연주를 빡빡하게 쏟아내는 젊은 기타 천재와 관록의 보컬리스트가 자신들의 소리를 이쁘게 꾸며줄 효과를 싹싹 지우고 돌진하는 장면은 가히 움찔움찔한 경험이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공연장의 열기, 거대한 소리의 부피감,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꿈처럼 기억하는 이들에게 오버필이 보낸 펄떡대는 구호물품을 받은 기분이다. 근데 이 구호물품은 이런 “쌩” 라이브를 다시 몸으로 느끼고픈 이들에게, 눈 앞에서 이 무대를 보고 싶어 뒤척이게 만드는 우울한 구호물품이기도 하다. 밴드의 용기에 경의를, 용기를 가능케 만든 무서운 실력에 최대의 찬사를, 이 음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도운 사람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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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Member]
박근홍 : Vocal
리치맨 : Guitar
백진희 : Bass
강성실 : Drums

[Staff]
Executive Produced by 최항석
Produced by 박근홍
Recorded by 김범식@Korea Blues Theater
Mixed by 고형준
Mastered by Ted Jensen@Sterling Sound
Cover Art by 우정훈
Music Video by Ted@HELIX STUDIO, 이동원@Badlamb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미세먼지
    박근홍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박근홍
  • 2
    구호물품 pt.1
    박근홍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박근홍
  • 3
    구호물품 pt.2
    박근홍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박근홍
  • 4
    홀로디스코
    박근홍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박근홍
  • 5
    모르는게약
    박근홍
    오버드라이브필로소피
    박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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