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 바이바이배드맨 『Light Beside You』

바이바이배드맨 (Bye Bye Badman) 『Light Beside You』
84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1.11
Volume 1
장르
유통사 미러볼뮤직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이 앨범의 진수는 후반부에 있다. 적당히 봐주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전반부에 조금 고개를 갸웃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후반부의 곡들이 보여준 초월성과 격정에 비하여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후반부의 곡들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곡들이라고 생각했다. 「Purify My Love」의 복고적인 사운드나, 「인공눈물」의 헐거움, 「노랑 불빛」의 어프로치는 당시 인디밴드들이 추구하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W.O.S」나 「데칼코마니」에서 보여준 집중력에 안도했을 따름이었다. 

지금의 나는 이 앨범 전체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예전보다 더 흥미롭게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앨범 이전과 이후의 음악이 약간 모습을 달리 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 이전의 ‘복고’는 오마주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패션이나, 코드 변화, 가사의 내용 또한 (규정 짓기도 애매한) ‘그 때 그 시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복고가 재현에 방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앨범이 발매 된 전후로 ‘복고’는 더 이상 재현에만 머물지 않았다. 당시 메인 스트림이 선보이던 리듬 구조에 따라 악곡 또한 좀 더 유연하게 탈바꿈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재현보다 소화가 중점이 된 것이다. 이는 대체로 두 가지 결과로 나타났다. 복고적 사운드 (곡이 아니라!)에 현대적인 터치가 가미되었다는 것. 악곡의 자유로운 리듬 구조는 악곡의 길이를 결정짓는 어떤 제한이 해체되었다는 것. (물론 그 당시 스트리밍의 한계로 인해 30초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곡들도 존재했지만 말이다.)

이 앨범은 현대적인 터치가 가미된 복고에서 출발하여, 당시의 인디 밴드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다가 영원히 이탈한다. 복고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이 초월과 격정으로 끝나는 이 음반은 우리가 알고 있던 구조와 다른 진행을 바탕으로 삼는다. 신시사이저의 음을 연타하는 방식이나, 박자 구조에 따라 곡의 진행을 바꾸는 형식, 리듬기타와 솔로 기타를 한데 뭉친 방식 등은 이 앨범의 길고 유연한 호흡을 보다 넓고 자유로운 형국 속에서 풀어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후반부의 긴 곡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앨범이 잡을 수 있는 어느 한계 지점을 개러지록의 압력(과 라이브 특유의 활력)을 사용하여 직관적으로 밀어붙였다. 앨범은 바로 이러한 압력이 자신만의 사운드를 밀어붙이는 과정을 넓은 폭으로 담아낸 것이다. 

「Golden Nightmare」의 변동하는 리듬구조가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도, 「Bee」의 가지런한 구조가 평면적으로 비춰지지 않은 것도, 「Low」의 신시사이저와 스트로크 주법의 기타가 제법 쌉사레하게 어울렸던 것도, 다소 소프트한 어프로치의 「About You Now」에 단단한 구조가 느껴지는 것도, 대망의 「5500-2」가 9분이라는 러닝 타임을 흥미롭게 견지한 것도, 무엇보다 소화불량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는 후반부의 트랙들이 앨범에 무람없이 섞일 수 있었던 것도 이 앨범이 만든 넓은 폭 덕분이었다. 

10년이 지나고 다시 이 앨범을 생각한다. 이 앨범이 구축한 말랑말랑한 노래들은 훗날 이어지는 소프트록이나, 포크록 앨범들하고 어느 정도 연결지점을 가지고 있다. 후일 이어질 포스트록과 늘어나는 러닝타임의 곡들 또한 이 앨범과 어느 정도 연결 지점을 갖추고 있다. 그게 과연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일까. 나는 이 앨범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단언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앨범의 넓은 폭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어영부영 보냈다고 하더라도, 10년이라는 세월은 엄연히 존재하니까.

이번에 다시 한 번 듣고 나서야 확신했다. 우리는 아직도 이 앨범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발매 10년을 맞이하여 주저하지 않고 이 글을 쓰는 이유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Purify My Love
    -
    -
    -
  • 2
    데칼코마니
    -
    -
    -
  • 3
    노랑불빛
    -
    -
    -
  • 4
    W.O.S
    -
    -
    -
  • 5
    인공눈물
    -
    -
    -
  • 6
    Golden Nightmare
    -
    -
    -
  • 7
    Bee
    -
    -
    -
  • 8
    LOW
    -
    -
    -
  • 9
    About You Now
    -
    -
    -
  • 10
    5500-2
    -
    -
    -

Editor

  • About 김병우 ( 64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