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을 이룬 ‘공간’은 오래 기억할 만 하다. 이 앨범의 매력은 이 앨범의 넓은 공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전작인 『2002 Rock n' Roll Star』(2002)에서 일렉트릭 기타 일변도로 표현한 리듬기타 부분이 대부분 어쿠스틱 기타로 바뀌었다. 한진영의 연주도 베이스 라인에만 치중하지 않고, 좀 더 탭핑과 리듬을 강조한 플레이(「골든 글러브」)를 구사한다. 이 앨범으로 처음 합류한 드러머 박정준은 복잡한 리듬 구조 (「원 」,  「비가 내려」) 와 섬세한 심벌 터치 (「데드볼」, 「Fairy Tale」) 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정순용의 기타는 때로는 멜로디 라인의 선명함 (「럭키 데이 」) 으로, 때로는 앰프에 게인을 잔뜩 먹인 톤 (「파도타기」, 「싫증」, 「소꿉친구」) 의 선명함으로, 때로는 풍성한 어쿠스틱의 뉘앙스로 (「기억의 기억」, 「골든 글러브」) 멋들어지게 연주한다.

이 앨범의 다른 악기들 또한 멜로디와 멜로디의 공간감을 동시에 챙기며 음반 전체를 채운다. 브라스 파트 (「골든 글러브」,「데드볼」,「럭키 데이」,「비가 내려」), 피아노 (「골든 글러브」,「데드볼」,「4시 20분」), 키보드를 비롯한 전자음(「공항가는 길」,「Fairy Tale」.「원」)이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풍성하게 앨범을 수놓았다. 홈레코딩 시스템을 떠나 스튜디오로 들어간 그들의 선택은 지극히 옳았다. 이 앨범이 넓게 잡은 ‘공간감’이 낙차가 심한 멜로디와 러프한 편곡을 만나 무한히 확장해 나갔던 것이다. 다소 이질적일 수도 있는 「4시 20분」의 슬로우 템포도 이런 편곡이 아니었던들 무람없이 섞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일론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오가는 「소꿉친구」 또한 거친 터치가 되려 매력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 매력은 워낙 강력해서 앨범의 자잘한 ‘실수’도 편히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럭키데이」에서 후반부 멜로디를 여는 정순용의 보컬은 시작부터 불안정하다. "아무것도 눌려지지 않은 기타 소리처럼" (「원」) 이나 "우린 언제로 가는지" (「파도타기」) 를 비롯한 표현들은 어딘지 조금 이상하다. 「Fairy Tale」의 인트로는 미처 다 제거하지 못한 전자 메트로놈 소리까지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앨범은 우리들이 수없이 넘어지던 자리에서 왔다는 것을. 늘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공항 가는 길」의 설렘으로 가득 찼던 바로 그 곳에서 왔다는 것을. 이 앨범의 공간은 우리가 마음을 열 때마다 바라본 바로 그 공간 속에 있다는 것을. 

마이 앤트 메리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앨범은 『Drift』(2006)였겠지만, 결국 우리들은 『Just Pop』을 더 많이 집을 것이다는 예감이 든다. 좁은 어깨로 세상의 무게를 다 짊는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이 앨범이 다다른 푸른 하늘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달리는 일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몰아쉬는 숨마저도 상쾌한 저 푸른 하늘.......

#마이앤트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