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68-5] 정수민 「망상」

정수민 『자성』
46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9
Volume 4
장르 재즈
레이블 비티피레코즈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정병욱] 무척이나 잘 들었음에도, 미처 리뷰하지 못하고 스쳐 보내는 앨범들이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테너 색소포니스트 Pharoa Sanders가 마지막으로 남긴 『Promises』(2021)도 그중 하나였다. 앨범에는 영국의 일렉트로닉 음악가 Floating Points에 더해 London Symphony Orchestra까지 가세했다. 악장(movement)으로 표시한 트랙마다 조금씩 다른 앰비언트와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배경 위로 Sanders의 연주가 때때로 불안하게 점멸하고, 따스하게 흔들린다. 형식적으로 온전히 자유로우면서도, 소리의 구성과 여백, 그것이 자아내는 감성을 철저하게 통제한 작품이었다. 나는 정수민의 이번 앨범 『자성』 속 보컬 연예지가 함께한 곡들을 들으며, 특히 이 곡 「망상」을 들으며 『Promises』를 떠올렸다.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재즈 앨범이라는 것 외에, 실제로는 직접적인 유사점이 많지는 않다. 다만 정수민의 전작에서 찾기 힘든 몽환적인 앰비언트 소스 위 연예지의 흐느낌인지 주문(spell)인지 모를 구음이, 마치 『Promises』 속 오케스트레이션과 일렉트로닉 비트 위 테너 색소폰 취주(blowing)로 대체되어 들렸다. 주제는 다를지언정 소리를 대하는 태도가 같기도 했다. 두 음악 모두 소리를 채울 만큼 채우면서도 동시에 공간이 비길 바랐다. 최소한의 음표들로 섬세한 서정과 깊은 사유를 천천히 풀어놓는 게 잘 어울렸던 정수민의 이전 곡들과 달리, 사운드 레이어를 층층이 쌓을 만큼 쌓되 각각의 농도를 세밀하게 조율했다. 반복하고 교차하며, 서사 후반에 이를수록 혼도과 볼륨을 더하는 주요 선율들이 하나둘씩 퇴장하고 나면, 홀로 남은 콘트라베이스 마지막 보잉이 (제목 속 망상의 결과인 듯한) 긴 여운을 남긴다. 구체적인 서사와 사연을 대변할 가사 없이도 충분히 구체적인 음악, 충분한 자의성과 실험에도 여전히 서정성이 빛나는 발라드다. ★★★★

 

[차유정] '공간(Space)'이라는 개념을 어디에서 작동시킬 것인가에 따라 듣는 것을 넘어선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농밀하고 섬세한 내부의 해석이라는 전형성은 무한대처럼 들리는 일종의 스토리 텔링이라 할 수도 있다. 하나의 틀, 그 틀안에서 뻗어나가는 무한대의 이미지들을 쉽게 규정하지 않고, 외부적으로는 단촐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복잡하게 꼬아 표현하려는 욕구가 잘 반영되어 있다. 불안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목소리가 주는 서사감은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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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5
    망상 (feat. 연예지)
    연예지
    정수민
    정수민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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