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싱글의 커버 이미지부터 야야의 음악 분위기가 이전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더욱 과거와는 다른 생경함을 느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것은 전혀 거부감 없이, 그녀의 신곡은 '재미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녀는 이미 전작 『잔혹동화』(2013)에서도 「살인자의 노래」나 「소설」 등에서 이미 탱고 선율과 재즈적인 어프로치를 충분히 도입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번 신곡에서는 마치 그녀가 Caro Emerald로 변신한 것처럼 경쾌하고 댄서블한 비트로 무장한 것이 변화한 부분이라 말하면 될 것 같다. '유러피언 레트로 뉴 탱고'라는 장르적 설명이 없어도 영어 가사와 모든 면에서 서구적, 복고적 감성에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 기존의 그녀의 어두운 분위기를 사랑했던 이들에겐 '배신(?)'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로서는 보다 음악적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기도 하기에 앞으로의 그녀의 음악적 방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곡이다. ★★★

[열심히] 하우스비트와 반도네온/바이올린이 주도하는 탱고리듬을 조합해 유럽산 댄스곡처럼 들릴 법도 하지만, 순순히 흐르진 않습니다. 곡 전반에 이런저런 장치들이 많기도 하고, 중음역대에서 야야의 읊조리는 음색이 은근 다크하기도. 실제로 구성도 후크에 집중하는 차트용 댄스 트랙과는 거리를 둡니다. 특히 중반부 이후 고양감을 끌어올리는 절정부를 여러 파트로 나누다보니, 곡을 듣고 나서 복작거렸던 느낌에 비해 킬링 파트를 되새겨보긴 좀 아리까리합니다. 가져온 재료가 상대적으로 대중친화적일 수는 있겠으나, 여전히 하고픈 것도, 보여줄 것도 많은 음악인의 작품입니다. 조금은 덜어낸 결과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정병욱] 이번 「미녀는 서툴러」는, 주체의 국적만 한국일 뿐 그야말로 글로벌한 트랙이다. 엄밀하게는 ‘범세계적’이기보다 ‘혼세계적’이다. 둔탁한 일렉트로닉 하우스비트 위로 강렬한 반도네온 사운드가 탱고 리듬으로 덧대어지고, 건반의 화려한 장식이나 바이올린 치차라(Chicharra)가 어느새 귀를 사로잡는다. 이베리아 반도로부터 유래한 정열과 또 다르게 로맨틱한 낭만과 가벼운 기조의 유희가 반쯤 섞인 노래의 정서는, 그녀 스스로가 듣고 자라 향수를 갖고 있다는 프랑스의 복고문화 - 샹송(chanson)이나 카바레(cabaret)류 - 의 그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심지어 노래 가사 역시 우리말 하나 없이 영어 또는 스페인어이다. 뮤직비디오의 아트워크는 이러한 싱글의 정체성을 그대로 모사한다. 색색의 꽃이나 추상적인 도형이미지를 배경으로 콜라주처럼 덧댄 야야의 영상은 한두 가지 아이디어로 설명 불가능하다. 빨간 꽃을 머리에 꽂은 채 탱고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들거나, 벚꽃이 휘날리는 배경으로 남자배우와 라틴커플댄스를 추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청팬츠를 입고 코카콜라를 요염하게 든 채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거나,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채 일본 전통우산을 새침하게 쥐기까지 한다. 영화 《레옹》(1994)의 마틸다 복장을 한 채 장난스레 물총을 흔들다가, 나중에는 바이올린을 총처럼 잡아보기도 한다. 사이마다 엿보이는 일본만화 『원피스』의 문신은 그 그림이 이질적이어서 야야의 음악에 더욱 동질적으로 비춰진다. 이처럼 다채롭고 다국적적인 이미지가 혼재되어 끊임없이 융단 폭격함에도 이것이 마냥 어지럽지 않은 것은, 화려한 소스들이 야야 한 사람에 의해 주제나 콘셉의 이탈 없이 집중력 있는 서사로 완성된 까닭이다.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데 조화로이 갈아 넣은 야야의 다재다능함이 돋보이는 트랙이지만, 한편으로 로컬리티와, 미와 추의 경계에서 자신 있게 검무를 추던 그녀만의 광기가 부재하여 아쉽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