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 소음발광 『도화선』

소음발광 『도화선』
81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09
Volume 1
장르
유통사 비스킷사운드
공식사이트 [Click]
밤의 불꽃놀이가 아름다운 이유는 밤이 어둡기 때문이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청춘이 어둡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랑 청춘 하나만 가지고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괴물과 싸우는 중인 셈이다. 그러나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미래를 꿈꾸기에는 너무 막막하고, 과거를 떠올리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소음발광의 음악은 거기서 출발한다.

『도화선』은 흑색화약 같은 앨범이다. 서서히 폭발하지만 매번 일정한 속도와 규모로 폭발하지 않는다. 덜컹대고, 불규칙적이며, 산발적이다. 곧이곧대로 터지지도 않고, 뜬금없이 터지다가 뜬금없이 잦아든다. 「꽃밭에서」만 한정지어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앨범 전체가 '폭발'과 '폭발의 전조'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삼지만, 싱글 단위로 깔끔하게 구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햇살」의 폭발이 「폭죽」에 이를 정도로 잔상을 남기는가 하면, 「오렌지문」같은 불완전한 폭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러나, 「환상의 빛」으로 시작해서 「물결」로 끝나는 대목은 첫 번째 폭발과 두 번째 폭발의 집적으로 이뤄진 결론이다. 첫 폭발이 상황에 시간을 부여한다면, 두 번째의 폭발은 시간에서 다른 현실로 나아간다. 첫 폭발은 처음이기에 시간도 여운도 길다. 공간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두 번째 폭발을 감행하며 환상의 세계로 나간다. 그러나 폭발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환상’에 불과하여 ‘아무 것도 없’다. 이 앨범의 폭발이 일정치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결」의 폭발은 기실 앨범 전체의 구조를 요약한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다가 휘몰아치는 세션이 그리 말한다. 결국 폭발로 인해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돌아오고 새로운 대결로 접어들 것이란 점을 암시한다. 어지간한 폭발로는 밤하늘을 밝게 할 수 없다는 듯이. 불꽃놀이는 놀이에 불과하다는 듯이. 

『도화선』의 장르를 묻는 것은 핵심을 간과한 탐구다. 개러지록보다 정교하고, 펑크록보다 단순치 않으며, 하드록보다 부드럽고, 모던록보다 뜨겁다. 장르들은 이 앨범을 조금씩 얼굴을 비치다가 사라질 뿐이다. 결국 남는 것은 대비를 통해 폭발을 강조하는 그들의 표현방식이다. 폭발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창안하는 방식만 남는다.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핵심 전제조건을 끝까지 잘 밀어붙였다는 데에 있다. 요컨대 그들은 자신들의 대립을 확실히 해야 충분히 폭발한다는 점을 잘 이해했다. 삶에서 길어 올린 것이든, 예술 그 자체에서 길어 올린 것이든, 방향성이 있는 폭발은 효과가 깊다. 무차별적인 폭발보다 치명적인 폭발이 ‘케케묵은 관습’이라는 대형 건물을 한 번에 잘 무너트릴 수 있다. 스트레이트에도 ‘이유’는 필요한 것이다. 어쨌든, 이 앨범은 전작 『풋』(2019)과 달리 그들만의 영점을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내달리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되는 감정이 그 증거다. 이 앨범은 미학적인 피아식별이 뚜렷하다. 

적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는 그것을 명확히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적’이라는 이름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사랑도 대립도 결국은 같은 양상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두 주먹을 쥔 채 분해하는 것이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이 앨범은 역설한다. 어쩌면 우리는 계속 다른 싸움을 반복하는 지도 모르겠다. 화승총 같은 구식 무기만 쥐고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싸움이 끝나고 나서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다른 싸움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되려 산뜻하다. 밤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감 또한 절망으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에겐 새벽도 없지만, 저녁도 없을 것이기에.
 

 

Credit

[Members]
강동수 : Guitar, Vocal
안성현 : Guitar
김기영 : Bass
김보경 : Drum

[Staff]
Produced by 소음발광, 천세훈
Arranged by 소음발광
Recorded, Mixed by 천세훈@리스펙뮤직
Drum Recorded by 천세훈, 배보성@공간후루츠
Mastering by 강승희@Sonic Korea
Chorus by 최은하 (Track7)
Artwork, Design by 달연
M/V by 김성민
Liner Note by 단편선
Supporter 단편선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안녕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2
    햇살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3
    도화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4
    폭죽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5
    6시
    주비
    소음발광
    소음발광
  • 6
    꽃밭에서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7
    오렌지문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8
    환상의 빛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 9
    물결
    소음발광
    소음발광
    소음발광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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